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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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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문사 작성일18-09-14 22:19 조회6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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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이 배우지는 않았으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전쟁이 있다. 바로 베트남 전쟁이다. 흔히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남베트남을 지원하며 시작한 것으로, 대한민국은 미국을 도와 파병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전쟁터에서 하루하루 버텼고, 그들이 피를 팔아 번 돈은 국가 경제 성장의 거름이 됐다. 사랑하는 이의 내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그들의 용기는 아직도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투는 전쟁의 그림자 안에 들며 일그러진다.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넛 마을에 한국 해병 2여 단 1대대 1중대가 들이닥쳤다. 당일 퐁넛에서 사격을 받은 직후 한국 해병대는 마을로 향했고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마을을 찾은 한국군은 이미 베트콩들이 달아난 걸 알면서도 학살을 자행했다. 결국 69명의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이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었다. 그 당시의 참담함은 가슴이 도려진 채 사망한 당시 21세 응우옌 티 탄의 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2000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밝혀졌다. 한국군이 저지른 전쟁범죄가 32년 만에 회자 된 이유는 사건 당시 정부가 은폐했고 언론에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희망을 안겨준 과거가 사실은 전쟁범죄의 무대였음이 드러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는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올해 4월 22일~23일,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 법정을 개최했다. 이 시민평화법정은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의 생존자인 응우옌 티 탄과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이 원고로 나서 대한민국 정부를 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시민평화 법정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을 판결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진상조사를 권고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모든 것을 떠나서 완전무장한 군인이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전쟁에서 죽고 죽이며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생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한두 번의 사과로는 이유 없이 가족을 잃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지나온 발자취를 기억해야 한다.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든 이들도, 그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이들도 모두 우리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가감 없이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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